‘문화’는 특정한 인류 집단이 특정한 시기, 역사적 체험을 공유하면서 살았던 삶의 흔적, 유형 및 무형적인 삶의 자취를 의미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사고방식과 생활 습관, 그리고 감수성은 집단적인 역사적 체험, 즉 문화가 형성한 것이다. 문화는 서로 교류하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판도라의 상자”, “아킬레스건”, “트로이의 목마”, “원죄와 낙원 추방”, “약속의 땅”과 같은 표현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 속에 들어와 있다. 2,500년 혹은 3,000년 전에 그리스와 유대인의 전통 속에서 형성된 개념들이 “오월동주”, “각주구검”, “새옹지마”와 같은 동양 고전의 유산과 함께 현대인의 문해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 것이다.

이 책은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서양인들의 의식 구조와 생활 철학, 그리고 감수성의 참모습을 가늠해 보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외국 문학을 전공한 필자가 방대한 서양의 역사를 세밀하게 그리는 일은 역부족이었기 때문에, 역사는 간명하게 조망하고 고전주의 시대로부터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서양 문화의 본류를 정리하면서 각 시대의 문화적 특성을 오늘날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업에 치중하였다. 세계화, 국제화, 지구화 시대인 지금, 서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우리를 더 잘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