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말년의 작품 『두 사촌 귀족』은 하나의 개별 작품으로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문학적 배경과 역사로 인해 더욱 많은 관심을 받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중세 영국의 이야기인 제프리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 중의 ｢기사 이야기｣라는 로맨스 장르를 자코비언 시대의 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더불어 이 이야기 구조는 가장 오래되고 비극적인 그리스의 전설을 다룬 서사시에서 유래한다. 뿌리 깊은 문학적 기원은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거리인 동시에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위한 선결조건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가 동시대의 작가 존 플레처와 공동집필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두 작가의 문체나 어휘, 시문의 구성 방식이 서로 상이한 가운데, 셰익스피어와 플레처가 공동 작업으로 한 작품의 통일성과 조화를 이루어냈다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다. 작품의 집필에 대한 유일한 외적 단서인 표지 글귀를 보면, 이 작품은 “시대의 위대한 작가 존 플레처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쓰고, 블랙프라이 극장에서 왕의 하인들이 박수갈채를 받으며 공연(Presented at the Blackfiers by the Kings Majesties servants, with great applause; Written by the memorable Worthies of their time; Mr. John Fletcher and Mr. William Shakespeare)”되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두 사촌 귀족』은 셰익스피어가 단독으로 집필한 『겨울 이야기』, 『페리클리스』, 『심벌린』, 혹은 『태풍』과 다른 성격을 띠는 로맨스이다. 그의 전형적인 뱃길 여행과 난파로 인한 헤어짐과 기적적인 재상봉은 미비하고 오히려 짝사랑하다가 미쳐버린 간수의 딸이 표출하는 성적 욕망과 무질서한 언어, 그리고 프로이드의 심리요법을 상기시킬 정도로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애쓰는 의사 등은 심리학적 글 읽기를 요구하는 듯하다. 

-작품설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