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에 쓰인 로런스 문학의 ‘창조성’이 무엇인지 답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적 통찰력과 관념주의 극복에서 로런스 문학 특유의 ‘창조성’을 찾고 있다. 이때의 역사란 다름 아닌 소설가의 역사이자 ‘존재’(being)의 역사이다. 그간 로런스를 해석하는 맑스주의와 페미니즘 비평, 그리고 최근 ‘정치적 올바름’을 표방하는 여러 문학담론과 비평들이 주장은 강한 반면 밋밋하고 공소한 작품읽기를 하는 경우가 적잖아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울’을 만들어 작품에 적용하는 것이 문학비평의 핵심이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면, 로런스 소설의 의의는 우리 속의 관념주의를 부수고 ‘나와 내 주위 우주 간의 완벽한 관계’, 나와 예술언어(art-speech)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균형을 이룩하게 하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걸작들은 거대한 변화가 밀어닥치는 우리 시대에 그 변화의 의미를 밝히고, 변화를 맞아 혼란에 빠진 우리의 관계와 감정을 근본으로부터 통찰하게 해주며, 그것을 헤쳐 나갈 실마리를 찾아 나가게 한다.

이 책에서 이루어지는 로런스의 모색은 영국에서 출발하여 호주와 아메리카대륙 등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영국이나 유럽작가로 한정지을 수 없고 사상의 폭도 근대 서구문명의 틀을 훌쩍 넘어서는 이 작가의 독특한 이력과 생애는 여러 로런스 연구자와 협력해서 작성한 작가 연보를 통해 어느 정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본서에서는 그의 사유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삶과 예술, 감각과 정신의 관계, 기독교와 근대문명의 미래, 물질주의와 이상주의, 그리고 감정과 존재의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펼쳐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