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니소스 드라마 연구회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미드라마를 전공한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공연을 전제하면서 존재하는 드라마의 장르적 특성에 근거해, 문학적 관점과 공연적 관점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 영미드라마를 연구하자는 것이 본 연구회의 설립 취지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춰 디오니소스 드라마 연구회는 그동안 모두 14권의 저서 및 번역본을 출간하였으며, <몰리 스위니>와 <햄릿 Q1> 등 2편의 연극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이번에 내놓게 된 본 연구회의 열다섯 번째 도서 『서양드라마 명대사․명장면 24선』 역시 본 연구회의 목적의식을 잘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중세 연극의 한 형식인 도덕극의 대표작 『만인』을 비롯해, 전 인류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셰익스피어의 『햄릿』, 근대연극의 문을 연 입센의 『인형의 집』, 그리고 오늘날 우리시대 최고의 극작가 중의 하나인 브라이언 프리엘의 대표작 『번역』에 이르기까지 서양드라마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장식해온 24편의 명작을 선정하였으며, 그 안에서도 특히 관객과 배우의 시선을 사로잡아온 명장면들을 간추려 보았다. 또한 이러한 명장면들을, 편리상 1인, 2인, 3인 이상의 명대사와 명장면으로 분류하여, 연기나 연출적인 관점에서 드라마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보다 용이하게 그리고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접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서양드라마 명대사․명장면 24선』은 무엇보다 연기와 연출을 공부하는 한국의 연극학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뜻에서 출발한 작업이다. 그래서 대사를 번역함에 있어 독자나 배우가 가능한 한 편하고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도록, 또 그러면서도 원작의 원래 의미나 의도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작은 장면이나 몇 줄의 대사라 할지라도 전체 원작의 의미나 해당 장면 또는 해당 대사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적절한 무대화가 가능하기에, 이를 돕기 위한 꼼꼼한 해설을 덧붙였다. 물론 여기에 글을 모아주신 필자들은 연기나 연출 전문가들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의 해설은 각 장면과 대사들에 대한 의미를 해설하는 데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그 대사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기하고 또 어떻게 연출해볼 것인지는 결국 독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서양드라마의 역사는 너무나 길고, 그런 만큼 중요한 극작품들도 너무나 많다. 서양드라마를 처음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막막하고, 또 쉽게 길을 잃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분들에게 유용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연기나 연출을 공부하는 또는 하려는 학생들뿐 아니라, 서양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일반 독자나 서양드라마의 중요한 부분들을 손쉽게 섭렵해 보려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미권의 작품을 제외한 유럽의 작품들은 영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것임을 밝혀둔다.

-시작하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