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문학을 오래 연구해 온 필자는 일반인들에게 로렌스가 통속적인 성의 작가로 인식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로렌스는 글쓰기를 즐기는 예술적 작가이지만, 인간과 우주, 자연과 사물에 대해서 강렬한 지적 호기심과 도전적인 탐구심을 지닌 철학적 문인이다. 그의 소설, 시, 희곡, 에세이를 읽을 때 독자들은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직관력에 대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로렌스한테서 발견되는 현저한 특징은 심오한 종교성이다. 그는 생명과 영혼의 신비를 향해서 마음이 늘 감응하고 진동하는 종교적 탐험가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문화권인 영국에서 태어나 조국을 사랑하면서도 심하게 비난하기도 했던 로렌스는 영국을 떠나 여러 곳을 탐방하면서 글을 썼고, 다시 잠깐 영국으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 문명의 오랜 기초를 이루고 있는 기독교에 대해 어릴 때부터 감명과 영향을 깊게 받았으면서도, 기독교와 완전한 일체감이나 조화를 이루는 데는 한계와 결핍을 느꼈다. 근본적으로 로렌스에게 중요한 것은 종교적 규례와 형식이 아니라 생명과 영혼의 자유와 성령의 충만으로 인도하고 우주자연과 분리되지 않는 조화와 합일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로렌스에게는 기독교가 불만족스러운 종교였으며, 그는 인류역사의 다양한 종교 형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종교적 계시와 영적 완성으로 이끌어주는 유토피아를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지구의 여러 곳을 방랑했다. 그런 로렌스에게 옛 인류의 고대원시 사회 혹은 신화적 사회는 그의 영적 안식처가 되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기독교에서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요컨대 그는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인성의 소유자였으며, 영적 유토피아를 찾아다녔던 영원한 방랑객이다.
로렌스 작품을 종교, 기독교와 성경과 연관시켜 연구한 이 책이 로렌스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나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머리말
■ 1장 로렌스의 죽음과 부활의 비전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교차
■ 2장 로렌스 문학의 성경 자원과 미학적 기능
■ 3장 로렌스 문학의 예언적 목소리
■ 4장 로렌스의 종교적 의식 탐험과 주이상스 심리
■ 5장 로렌스의 연극적 재창조: 『다윗』, 『노아의 홍수』
인용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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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제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으며, 「D. H. 로렌스 문학에 나타난 어둠의 자아—원초적 실재의 탐색」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의 노팅햄대학교와 리즈대학교, 미국의 포드햄대학교와 하와이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연구했으며, 현재 부산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회 활동으로 한국로렌스학회 회장, 한국영어영문학회 상임이사, 새한영어영문학회 부회장, 부산초등영어교육학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학내 보직으로는 국제교류교육원 원장, 총학생회 지도교수, 교육대학원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채털리 부인의 사랑—성스럽고 경이로운 성의 탐험』, 『D. H. 로렌스 연구의 고대적 · 동양적 접근』, 『원초적 실재의 탐색—D. H. 로렌스 문학과 어둠의 자아』, 『영국 문학과 사회』,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소통』, 『국제문화소통과 글로벌 영어』 외 다수가 있고, 역서로는 『한영대역 불교성전』, 『영어교사를 위한 영문학 작품 지도법』, 『외국어 교사를 위한 언어습득론』, 『학습자 활동 중심의 (영)시 교육과 언어교육』, 『그림을 활용하는 외국어 학습법』이 있으며, 영어교과서 집필 공저로 『Middle School English 1, 2, 3』(<주>미래엔)이 있다. 2009년도에 제45회 눌원문화상(인문과학 부문)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