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수록된 여러 논문들의 공통 화두를 작가의 “못다 한 이야기”로 잡았다. 이는 사후 출간된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처녀작 『레이디 수전』(Lady Susan)을 논의한 논문의 제목이기도 하다. 오스틴의 처녀작에는 용감하게 당대 사회를 향해 하고 싶은 발언이 담겨 있지만, 이런 발언은 여성 작가에 대한 당대의 사회적 기준이나 통념에 부합하지 않았다. 따라서 작가의 생전에 출간되지 못하고 그녀의 사후 50여 년이 지나서야 출간된 저간의 사정에서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한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큰 틀은 조지 엘리엇(George Eliot)과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등의 19세기 영국소설들과, 이 원작을 토대로 만든 영화들 속의 페미니즘(Feminism)과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라 할 수 있다. 이외에 조지 엘리엇의 “인류교”(또는 인본교, Religion of Humanity)와, 들뢰즈(Deleuze)적 탈주선 및 실재계(The Real), ‘통과 제의’(Rites of Passage) 등의 다른 주제도 포함되어 있다. 가령 20세기 영국소설 『자메이카 여인숙』(Jameica Inn)을 ‘통과 제의’ (rites of passage)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거나, 『위대한 개츠비』(Great Gatsby)라는 원작과 영화를 ‘미국의 꿈’(American Dream)이나 들뢰즈적 탈주선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을 실재계와 관련하여 분석한 논문도 있다. 이 논문 선집 중 필자에게 새로운 연구영역의 확대라는 의미가 있는 논문이라면,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Middlemarch)와 21세기 조조 모예스(Jojo Moyes)의 소설 『미 비포 유』(Me before You)를 ‘죽음과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논문이다. 이 논문은 최근 필자의 주요 관심사인 ‘웰다잉’(Well-dying)과 죽음 준비 교육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중대한 의미가 있다. 다시 말해 필자의 연구방향과 관심사를 우리 삶의 실제 영역인 현실에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하겠다.
1부
01 조지 엘리엇과 “인류교”: 『플로스강의 물방앗간』과 “돌아온 탕자”
02 상징폭력을 넘어선 새로운 대안적 공동체의 모색: 『로몰라』와 『대니엘 데론다』
03 『자메이카 여인숙』과 “통과제의”
04 ‘괴물’이라는 관점에서 본 「레이디 수전」과 『프랑켄슈타인』
05 『프랑켄슈타인』과 실재계(the Real)
06 죽음과 성장: 『미들마치』와 『미 비포 유』
2부
07 잭 클레이톤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와 ‘미국의 꿈’
08 『위대한 개츠비』와 「파열」에 나타난 들뢰즈적 탈주선
09 로제마 감독의 『맨스필드 파크』: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의 영향
10 『레이디 수전』: ‘정숙한 귀부인’과 여성 악당
11 제인 오스틴의 못다 한 이야기: <레이디 수전>
한애경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퍼듀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채플힐) 등에서 연구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다시 읽기』(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19세기 영국소설과 영화』(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19세기 영국 여성작가 읽기』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조지 엘리엇의 『사일러스 마너』, 『미들마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공역),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대프니 뒤 모리에의 『자메이카 여인숙』, 제인 오스틴의 『레이디 수전 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