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문화연구소 총서 2]
아일랜드 문학은 오랫동안 영문학의 범주에 포함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문인들을 영국 문인들과 구분해 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많은 비평가들이 이 구분의 작업에 뛰어들었지만 시원하게 답해주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영어로 쓰인 두 문학 간의 유사점도 적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구분해 본다면, 아일랜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작가들이 아일랜드 특유의 문화와 역사의 맥락 안에서 그 장소와 관련하여 글을 쓰기 때문에 아일랜드 작가들의 작품이 영국 작가들의 것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조이스는 더블린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후 다른 나라로 망명을 가서 평생을 살다시피 했지만 그는 오로지 더블린에 대해서만 집필하였다. 그는 문예부흥운동에 동조하지 않았고, 「죽은 사람들」의 게이브리엘처럼 그 운동이 영향력을 펼치던 시기에 힘을 얻었던 주장, 즉 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민족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하지도 않았다. 문학인이 되기 전에 아일랜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일랜드 문학의 민족주의적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을 수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이스의 작품에는 아일랜드 특유의 가톨릭 문화, “악몽”의 역사 등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 하물며 문예부흥운동을 주도하며 아일랜드 특유의 문학을 찾고자 했던 예이츠의 작품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885년에 예이츠는 “민족성 없는 위대한 문학은 없고 문학 없는 위대한 민족성은 없다”고 말한 바 있는 아일랜드 애국자 오리어리(John O’Leary)를 만난 후 “아일랜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아일랜드는 독특한 역사와 문화를 지니고 있고 이것이 아일랜드 문학의 특징을 이룬다. 영국제국에 의한 식민 경험은 작가들로 하여금 탈식민적 시각으로 현실을 보게 하였다. 또한 가톨릭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억압적인 성(性)은 저항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하였다. 한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금서목록에 올랐던 『율리시스』의 집필은 성의 억압에 대한 조이스 나름의 저항방식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식민지 상황에서 독립운동을 위한 비밀 독립 결사체가 생겨났고 이웃/민족을 돈과 지위의 세속적인 보상과 기꺼이 맞바꾸는 배신자/밀고자들도 있었다. 아일랜드 독립 후 영국령에 계속 남아있게 된 북아일랜드의 상황은 소수로 전락한 가톨릭 사회의 입장에서는 식민 상황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수의 신교도측에 대한 IRA의 폭력적 투쟁은 상대편에 의해 테러리즘으로 비난받기도 했고 그들의 비밀스러운 활동이 배신 및 사랑과 얽히면서 가족 및 다른 공동체 안의 불화를 낳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실을 말하기란 어려웠고 진실은 자주 왜곡되었다. 또한 1840년대의 대기근이라는 큰 재해는 역사적인 트라우마의 렌즈를 통해 재조명되고 있는 독특한 아일랜드의 과거가 되었다. 이러한 아일랜드적 문화/역사는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형상화되어 왔고 본 총서의 각 논문은 주로 이러한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All I know is a door into the dark ︳Seamus Heaney
윤정묵 예이츠와 탈식민주의
김은영 죽음에서 죽음으로 —셰이머스 히니의 『인간 사슬』
이명하 회복과 화해의 시각에서 살펴본 패트릭 캐바나의 『대기근』과 「내 어머니를 기억하며」
I am a servant of two masters ︳James Joyce
민태운 셰익스피어의 대영제국에 대한 아일랜드 캘리반의 저항 —조이스의 「스킬라와 카립디스」
김연민 국가의 외부를 향하여 —아이리쉬 모더니즘
김은혜 『율리시스』에서 블룸의 욕망 추구 —아일랜드의 성도덕 비판
박은숙 정상과 비정상의 미묘한 경계 —셰이머스 딘의 『어둠 속 읽기』
He died for love of me ︳W.B. Yeats
윤기호 예이츠의 희곡과 연극 세계
김현아 아일랜드 역사에서 ‘진짜’ 테러리스트는 누구인가? —짐 쉐리단의 <아버지의 이름으로>
김연민: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Paul Durcan’s Exphrasis: The Political Aesthetics of Hybridity”
∙「토마스 하디 시에 나타난 멜랑콜리 시학」
김은영: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
∙「‘사이’에서 ‘사이 바깥’으로 —셰이머스 히니의 『산사나무 등』」
∙「일그러진 기억속의 가족 사진첩 —엔라이트의 『개더링』」
김은혜: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
∙「블룸의 욕망 추구를 통한 조이스의 아일랜드 성도덕 비판」
∙『「율리시스」에서 반영웅상의 사회비판』
김현아: 전남대학교 인문학 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중심과 주변의 정치학: 폭력 윤리, 아이러니의 서사』
∙「갱스터리즘으로 이해하는 남아공 흑인사회 —애솔 푸가드의 『초치』」
민태운: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조이스의 더블린』
∙『조이스, 제국, 젠더 그리고 미학』
박은숙: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나타난 배신의 주제」
∙「오셀로의 타자성」
윤기호: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교수
∙「예이츠 희곡 해석 서설」
∙「예이츠 희곡의 완성: 『연옥』 연구」
윤정묵: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예이츠와 아일랜드』
∙『예이츠의 작품에 나타난 성과 사랑, 그리고 정치』
이명하: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
∙「헨리 제임스의 『보스턴 사람들』에 나타난 대중문화의 등장과 그 성격」
∙「토마스 킹의 『푸른 초원, 흐르는 강물』에 나타난 가면 쓰기와 가면 벗기 —라이오넬의 실수를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