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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듣는 셰익스피어 이야기: 시각장애인과 함께 사는 이 땅의 많은 사람들—눈뜬장님들—을 위하여

김한

크라운변형판

168면

13,000원

2021-4-31

1. 이 책의 원고를 쓰고 녹음한 제작 동기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당대의 극장은 벌거벗은 빈 무대로서 볼거리를 제공하기보다는 배우의 대사가 가장 큰 몫을 했던 곳으로서 관객은 보러가기보다는 들으러 극장에 갔다. 따라서 시각장애인도 책읽기의 과정 없이 충분히 귀를 통해 셰익스피어를 누리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한 가지는 셰익스피어가 극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인생에 대한 비전은 다분히 역설적이다. 이 역설을 몸소 구현하는 그를 통해 많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혹은 퇴로가 전혀 없어 보이는 고난의 상황 한 복판에선 인간들이 구원의 가능성을 목격하고 깨닫고 체험하게 해주는 점이다.

 

2. 셰익스피어는 모든 인간을 눈뜬장님으로 본다. 눈이 있으되 제 자식조차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죽을 때까지 눈뜬장님이라는 혐의를 면할 수 없는 이 땅의 인간들에게서 시각장애인과 정상인이라는 구분은 해체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과 이 책의 녹음이 대상으로 하는 독자와 청중은 이 땅의 모든 인간이다.

 

3. 다시 만나는 동시대인 셰익스피어: 고향을 떠나온 그가 도착한 당시의 런던은 역병의 폭풍으로 지난 수년간 인구의 1/6이 감소했고, 평균수명이 30세밖에 되지 않던 실로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이 위험천만한 자리가 위대한 한 영혼을 탄생시킨 자리였다! 그리고 코로나19의 폭풍 속을 걷고 있는 우리가 처한 오늘의 상황에서 우리는 다시금 동시대인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그의 이야기가 새삼 궁금해진다.

 

4. 셰익스피어에게서 일어났던 일들을 마주하는 우리는 경탄하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스트랫포드라는 작은 읍내에서 태어나 중등학교를 15세 때 중퇴한 학력이 전부인 셰익스피어. 당대의 대표적인 극작가들이 옥스포드, 케임브리지 출신들인데도 그들을 제치고 자신의 극이 대박 날 때마다 자신에게 쏟아졌던 무수한 질시 섞인 혹평으로부터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견뎌냈으며, 그리도 선선하게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 그는 자신이 처한 거칠고 죽음의 위험이 난무하던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 드물게 적이 없었던 사람’ ‘온화한 인간으로 기록될 수 있었을까?

또한 그의 생애에서 가장 미스테리로 다가오는 다음의 사실에서 기적을 보는 우리는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 1596년 셰익스피어가 32세 되던 해 아들 햄넷(Hamnet)11살의 나이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죽었다. King John에도 나오는 이 아픔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는 아이를 잃은 후 3, 4년 동안에 그의 극 중에서 가장 유쾌한 작품을 써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그의 가장 익살스런 인물인 폴스타프(Falstaff)를 위시하여, (Hal) 왕자, 헨리 5세 왕, 베아트리체(Beatrice), 베네디크(Benedic), 로잘린드(Rosalind), 올란도(Orlando) 등 젊은 활기와 재치가 넘치는 인물들과, 그의 대표적인 낭만희극 『십이야』의 여주인공인 생명감 넘치는 가장 매력적인 여성인물 비올러(Viola)와 흔쾌하고 익살스런 술주정꾼 토비 벨치 경(Sir Toby Belch)과 같은 인물들을 창조했다. 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그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고통이여, 슬픔이여, 근심 걱정이여 오라, 나 기꺼이 웃음으로 맞이하리라.”

 

5.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겪은 고초로 실명하셨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실명의 고통을 평생 안고서 살아가야하는 그 분들에게 사는 일이 참으로 힘들게 여겨질 때마다 좋은 벗이 되어줄 셰익스피어를 보다 쉽게 접하도록 돕고 싶어서 시작한 작업이 초고를 탈고하고 2년 반이 걸렸다. 햄릿이 고백하듯 인간은 큰 나뭇등걸을 도끼로 내려치는 시작의 행위만 벌일 뿐, 다듬어 조각품으로 완성해가고, 마무리 짓는 것은 신의 손임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6. 책 안 읽는 시대더구나 유용성의 이름으로 실용주의 위주의 교육이 셰익스피어를 불필한 과목으로 밀어내고 있는 오늘날의 풍토에서, 이 책과 녹음을 통해 셰익스피어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 즐거움을 누리고, 인간과 세상에 대한 그의 심원한 통찰력을 배울 수 있다면,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유용성도 있으나 축복도 존재함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라는 별에서 매일 일어나는 것 속에서 은총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면 그리하여 삶이 새 빛을 띠고 다가올 수 있다면 가슴 벅찬 보람이 아니겠는가?

 

7. 또한 본 도서의 내용 녹음은 한국셰익스피어학회(http://www.sakorea.or.kr), 동국대학교 영어권문화연구소(https://english-culture.dongguk.edu/), 국립장애인도서관(www.nld.go.kr) 홈페이지 및 Youtube에서 귀로 듣는 셰익스피어 이야기(김한)를 검색하면 청취하실 수 있다.

1배우들의 낭송을 통해 듣는 셰익스피어의 명대사명장면

 

1장 셰익스피어의 인간 이야기

1. 세상은 바보들의 무대: 인간은 눈뜬장님들

2. 구별이 알쏭달쏭한 세계

3. 이름: 손도 팔도 얼굴도 아무것도 아닌 이름이 도대체 뭐기에

4. 영광: 내 엉덩이 아래서 터져버릴 공기주머니를 타고 헤엄치며 헤매던 영광의 바다란

5. 왕관: 황금왕관은 두 개의 두레박이 달린 우물

6. 살 것이냐 죽을 것이냐, 무엇이 덜 무서울까

7. 인간은 만물의 영장인가, 분수껏 대하면 회초리를 면할 인간이란 없거늘

8. 인생은 장르의 혼합

9. 자연의 이중성: 폭풍우와 동시에 햇살이

10. 좋고 나쁜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지

11. 네가 죽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 난 새 생명을 보았지

2장 셰익스피어의 세상 이야기

1. 인간은 배우, 세계는 하나의 무대

2. 밥 먹기만큼 합법적인 마술

3. 예술 우위에 서는 자연

4. 말이 끝나는 곳에 음악이

5.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부 노래와 음악을 통해 듣는 셰익스피어 이야기

연주곡 목차

첫 번째 곡. O mistress mine (Twelfth Night 2.3)

두 번째 곡. When that I was a little tiny boy (Twelfth Night 5.1)

세 번째 곡. How should I your true love know? (Hamlet 4.5)

네 번째 곡. I loathe that I did love (Hamlet 5.1)

다섯 번째 곡. And let me the canakin clink (Othello 2.3)

여섯 번째 곡. The willow song (Othello 4.3)

일곱 번째 곡. Take, O Take those lips away (Measure for Measure 4.1)

여덟 번째 곡. It was a lover and his lass (As you like it 5.3)

아홉 번째 곡. Greensleeves (출처: The Merry Wives of Windsor 2.1, 5.5)

열 번째 곡. Blow, blow thou winter wind (As you like it 2.7 174-190)

열한 번째 곡. Full Fathom Five (The Tempest 1.2)

열두 번째 곡. Where the Bee Sucks (The Tempest 5.1)

역자의 노래해설: 김해룡이영주김한

 

3귀로 듣는 셰익스피어 이야기

1장 셰익스피어, 그는 누구인가

1. 오늘날 왜 셰익스피어를 배우는가

2. 극작 목표

3. 셰익스피어 시대, 초기 현대

4. 당대의 우주관의 이해를 위해 기억해둘 만한 세 가지 개념

5. 그는 어떤 인간인가, Gentle Shakespeare

6. 그는 어떤 작가인가, 르네상스 대중극장의 자유분방한 작가

7. 셰익스피어의 성취에 대한 평가

8. 셰익스피어의 무대와 극장

9. 셰익스피어 극 읽기 전략: 시작부와 끝 살펴보기

2장 귀를 통해 새롭게 읽는 한여름 밤의 꿈

1. 들어가며

2. 등장인물들과 바보 쇼

3. 나오며

3장 귀를 통해 새롭게 읽는 『로미오와 줄리엣

1. 들어가며

2. 연인들의 만남과 기억할 만한 대사들 살펴보기

3. 나오며

김한

이화여대 영문과와 동 대학원 영문과 졸업

International Peace Scholarship(P.E.O) Student

한국 대표로 미국 University of La Verne 대학원 영문과 졸업

가톨릭 대학교 전임강사,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역임

영국 Cambridge University 영문과 초빙교수 역임

영국 London University, Kings College 영문과 객원교수(Visiting Professor) 역임

영국 Shakespeare Institute(Birmingham University) 방문교수 역임

동국대 문과대 영문과 교수역임(336개월)

현재 한국셰익스피어학회 교육위원 및 연구이사

Folger Shakespeare Library(미국 Washington D.C. 소재) 연구교수(Reader)

동국대 문과대 영문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