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동(Much Ado about Nothing)』의 줄거리는 전쟁에서 승리한 아라곤의 왕자 페드로 일행은 메시나의 총독 리오나토의 환대 속에 메시나에 머물게 된다. 왕자의 일행인 베네딕은 리오나토의 조카딸 비어트리스와 마주치기만 하면 온갖 수사법을 동원해 말 겨루기를 하고, 클라우디오는 독신주의자 베네딕의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가면무도회에서 페드로 왕자의 도움을 받아 리오나토의 외동딸 히어로와 결혼 날짜를 잡는다. 하지만 결혼식 전날 밤 페드로 왕자와 클라우디오 백작은 돈 존(페드로 왕자의 배다른 형제)의 속임수에 넘어가고, 다음 날 결혼 예식이 거행되는 자리에서 히어로를 처녀도 아니고 음탕한 여자라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 기절한 히어로와 노발대발한 리오나토를 살피던 수도사는 사태를 해결할 묘안을 제시하고, 그날 밤 방범대원들은 자신들의 음모를 얘기하던 돈 존의 수하 보라치오와 콘래드를 체포하게 된다. 사실을 알게 된 클라우디오는 리오나토의 선처를 따라 그의 또 다른 조카딸과 결혼할 것을 맹세하고, 밤에 무덤에서 히어로의 억울한 죽음을 애도한다. 날이 밝고, 결혼식이 시작되고, 클라우디오는 예식 중 리오나토의 또 다른 조카딸이 실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히어로임을 알게 된다. 그 동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고백했던 베네딕과 비어트리스도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사랑을 공개하고, 도망쳤던 돈 존이 잡혔다는 소식과 함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간단한 요약에서도 드러나듯, 한 여성의 순결과 정숙이 곧 그 여성의 목숨과 연결되는 이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은 번역에 주의가 필요하다. 히어로를 둘러싼 이 작품의 중심 플롯은 오늘날과 시대적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학자나 연출가들이 히어로 이야기보다는 이 작품의 서브플롯인 비어트리스 이야기에 주목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비어트리스는 셰익스피어 시대에나 지금이나 흔히 볼 수 없는 성격의 여성이지만, 그러나 분명 있을 법한 인물이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지고지순한 정숙함이 여성 최고의 덕목이었다. 그러니 말수도 많고 언변도 뛰어나고 자기주장이 강한 비어트리스는 상당히 이례적인 캐릭터이다.
셰익스피어 시대 영국을 다스렸던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의 첫 여성 왕이기도 했지만, 이 여왕과 함께 영국인들은 전례 없던 나라의 힘과 부를 경험하게 된다. 영국인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잘 찾아볼 수는 없지만, 분명 어딘가 존재하는 인물로 비어트리스와 같은 여성을 그려 본 것이다.
-작품설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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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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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
5막
작품설명
셰익스피어 생애 및 작품 연보
지유리
연세대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철학, 비교문학을 전공했다(학사, 석사, 박사 과정).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근무했으며, 셰익스피어 관련 해외 축제 기획, 국제 학회 발표, 논문 저술은 물론, 중앙대학교와 부경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강의하며 수사학, 영작문, 대학 제도에 관한 책과 글도 썼다. 가장 최근 저술로, “Sites of Loss and Gain: Songs in As You Like It and Shakespeare’s Comedy”(2012), “Searching for the Historical Significance of The Elements of Style (1918)”(201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