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흔히 사람들에게 ‘배신’이나 ‘상실’과 같은 부정적인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한 관점은 ‘번역은 반역’이라는 한국어 표현과 ‘lost in translation’이라는 영어 표현에서도 잘 드러난다. 번역은 완벽하고 우월한 원본을 배신하고 그 일부를 상실하는 불완전하고 열등한 텍스트인 것이다. 수잔 바스넷의 『번역』은 이러한 번역의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에 맞서 번역이 문학과 사회에서 어떠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번역을, 특히 문학번역을 둘러싼 중요한 쟁점들을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하며 보여준다.
바스넷은 영국의 워릭 대학교 교수로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번역 연구 및 비교문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번역 연구가 학문으로 탄생하고 발전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학자 중 한 명이며, 지난 40여 년간 수많은 저서를 집필하고 편집하였다. 가장 잘 알려진 책 중 하나를 꼽는다면, 1980년에 처음 출간된 『번역 연구』이며, 지속적으로 재판이 이루어지고 한국어를 포함하여 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지금까지도 읽히고 있다. 학자이면서 동시에 그녀는 시인이며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유명한 번역가이기도 하다.
2014년에 출간된 『번역』은 바스넷이 번역 연구를 시작한 이래로 평생 동안 집필하고 편집한 수많은 책들을 바탕으로 쓰인 글이며, 번역의 중요한 분야를 연구하는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동시에 저자 자신의 번역에 대한 관점을 피력한다. 따라서 이 책은 번역을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학생, 특히 대학원생에게 도움이 되는 번역 연구 입문서라고 볼 수 있지만, 번역을 실제로 하는 번역가나 번역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유익할 수 있다. 이 책은 번역, 특히 문학번역의 다양한 연구 분야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서론
1. 번역 연구의 태동과 발전
2. 포스트식민주의 번역
3. 번역과 젠더
4. 통시적 번역
5. 번역가의 가시성
6. 글로벌 시대 번역의 재정의
7. 번역의 경계
결론 번역의 재평가
수잔 바스넷은 영국 워릭 대학교에서 번역학 및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전 세계적인 석학이다. 앙드레 르페브르(André Lefevere)와 함께 1990년 처음으로 번역학의 ‘문화적 전환’(The Cultural Turn)을 정의하고, 단순한 언어적 접근을 뛰어넘어 역사, 문화와 같은 더 넓은 컨텍스트에서 번역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바스넷은 번역에 관한 글을 폭넓게 출판하였고 중요한 번역 관련 저서를 편집하였다. 그녀가 쓴 책 중 가장 잘 알려진 책은 한국에서도 번역되었던 『번역 연구』(Translation Studies, 1980)를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르페브르와 공동집필한 『문화 구성』(Constructing Cultures, 1998), 하리시 트리베디와 공동편집한 『포스트식민주의 번역』(Post-colonial Translation, 1999), 아르헨티나 시인 피사르니크를 창작/번역한 『삶의 교환』(Exchanging Lives, 2002)이 있다. 최근에는 번역수필집 『번역의 성찰』(Reflections on Translation, 2011)을 출판하였다.
윤선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및 동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대학교 퀸메리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워릭 대학교에서 수잔 바스넷의 지도를 받고 고전문학번역 연구로 번역 연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문학번역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으며, 호메로스 서사시의 대중화에 관한 논문 ‘Popularising Homer: E. V. Rieu’s English prose translations’(2014)이 국제저명학술지 The Translator에 실렸다. 번역서로는 바스넷의 『번역의 성찰』(2015)과 논문 모음집 『문학번역: 대학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2015, 공역)가 있다. 관심분야는 문학번역 전반, 특히 번역과 창작, 영미시 번역, 한국문학번역, 모더니즘 영문학 등이 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부에서 문학번역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