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고 내일을 여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법이 아니며, 이미 우리가 우리 안에 지니고 있는 힘, 즉 더 나은 상상을 할 수 있는 힘이다.” 인간이 상상력으로 빚어내는 판타지의 세계는 우리의 현실을 그려내고 우리의 미래를 조망한다. 판타지는 동화나 신화 속 공주와 요정의 이야기를 넘어서서 인간의 선과 악, 운명과 자유의지, 몸과 마음,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 등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인류의 철학적이고 미래적인 문제들을 탐색한다. 또한 인간들의 현실적인 사유와 미래의 꿈을 반영하는 것이 판타지의 본질적인 기능이다.

공상으로의 도피로서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 대한 도전으로서의 판타지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하는 의지이다. 단순히 즐거움을 만끽하고 미를 음미하는 장르적 유희 차원의 감상을 넘어, 판타지는 과거와 현재, 다가올 미래의 우리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통찰과 이해의 과정을 제시하며, 인간의 비판 의지를 지속적으로 일깨운다. 판타지 읽기의 직접적 체험을 통해 인간은 판타지 속에 담긴 예술가의 상상력에 기반을 둔 현재 인간사회에 대한 비판을 진행하고 미래의 이상향을 가늠하게 된다. 이는 인간의 가치 있는 미래를 조망하는 제2의, 혹은 톨킨의 시각을 빌린다면 제3의 창조 작업이다.